바 보

콩라
미녀
옛날, 한 마을에 너무나 예뻐서 미녀라고 불리는 소녀가 있었다.
“어쩜, 지나가던 짐승도 멈춰서 볼 정도라니까!”
동네 사람들 모두 미녀를 귀여워했고 미녀의 부모를 부러워했다.
“저렇게 예쁘면 나중에 왕비로도 간택되겠어.”
“그러게 말야. 자식하나 잘 둬서 호강하게 생겼어!”
미녀의 어머니 금햇은 하루가 다르게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는 딸을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풍요로운 장래를 꿈꾸었다.
‘왕비의 어머니, 대비마마! 호호호!’
미녀에게는 동생 팥앨이 있었다. 하지만 팥앨에게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예쁘지도 않은데다 오만 불손하고 건방져서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런 게 태어나서 어미 얼굴에 먹칠을 하고 다니는지. 쯧쯧.’
금햇은 팥앨이 귀찮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금햇은 남편이 뭔가를 숨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마다 일어나서...’
남편이 거의 매일 한밤중에 일어나 한동안 사라졌다가 잠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밤에 잠은 안자고 어디를 쏘다니는 거예요?”
“어? 아니 쏘다니긴? 볼일 보러 변소에 갔다 온 게지.”
하지만, 금햇은 남편에 대한 의심을 버릴 수가 없었고, 하루는 몰래 남편을 따라가기로 마음먹는다.
‘어디, 오늘은 내가 무슨 짓을 하는 지 기어코 알아내고야 말거야.’
밤이 되어 이부자리에 들은 금햇은 눈을 감고 자는 척 하고 있었다. 한 십 분쯤 지났을까, 아니나다를까 남편이 일어서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남편은 부인이 깊은 잠에 빠졌을 것이라 생각하고 거침없이 방을 나섰다. 이윽코, 금햇도 살그머니 문을 열고 남편의 뒤를 따라갔다.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금햇은 조바심에 흥분되었다.
남편을 따라가던 금햇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남편이 딸 미녀의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 밤중에!’
금햇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금햇은 방으로 다가가 방문에 귀를 대고 들었다.
“아이고, 우리 예쁜이, 오늘도 이 아비를 좀 즐겁게 해줘야지?”
금햇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
금햇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나 놀라서 비명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다.
‘내 코밑에서!’
다리가 풀리더니 금햇이 힘을 잃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린다. 평생 쌓아왔던 믿음이 송두리째 으스러져버리고 대신 배신감과 혐오감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었다.
‘아이고 머니나... 아이고... 아이고... 하늘이 내려앉는구나!’
금햇은 혼이 빠진 듯 그 자리에서 일어설 줄을 모르고 있었다. 방에서 나오는 신음소리가 천둥소리처럼 귀에서 쩌렁쩌렁 울려 두통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금햇은 자리를 뜰 줄을 몰랐다. 가슴에서 쥐어짜는 듯한 고통으로 심장이 천근처럼 내려앉았고, 다리가 만근처럼 무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햇은 흐느꼈다.
‘왕비의 어머니로 여생을 호강하면서 살겠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는데, 이제 처녀가 아닌 저 애를 누가 데려갈꼬. 내 꿈이 다 깨져버렸구나! 모두 나를 바보라고 비웃을 거야. 저 쓰레기보다 못한 놈!’
금햇은 역겨워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자니, 방문 너머 들리는 신음소리가 마치 사랑하는 두 선남선녀의 잘 맞춰진 노래를 연상케 하였다. 전혀 강제성이 없었던 것이다.
‘저 쓰레기 보다 못한 년! 감히 지어미를 욕보여도 유분수지. 지옥에 떨어질 년!’
금햇은 이제 남편과 함께 미녀까지 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금햇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딸이 불쌍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요부라는 생각이 들자 미녀가 자신의 딸이 아닌 요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괴가 우리 딸을 잡아먹었구나. 지지리도 못난 남편이 요괴의 꾀임에 넘어간 거야.’
믿을 수가 없는 상황에 충격을 먹은 금햇이 자신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당화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금햇에게는 자기보호 본능이었다. 무의식중의 정당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금햇은 분노심에 혼을 잃고서 정신병자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 있다가 들키면 내 목숨이 위험할 것이야.’
금햇은 다시 기운을 내서 일어섰다. 그리고 부리나케 방으로 돌아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 까, 미녀의 아버지가 여느 때와 같이 이불 속으로 돌아왔다. 금햇은 잠을 자는 척 눈을 꼭 감고 돌아누웠다. 미녀의 아버지는 이내 만족한 듯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다.
계획
그날 이후, 금햇은 요괴를 없앨 계획만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한 가지 결심을 하였다. 미녀에게 독극물인 비소를 먹이기로 한 것이다.
‘비소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티도 나지 않게 죽이니까 걱정 없어.’
며칠이 지나자, 비소가 섞인 밥을 먹은 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이를 본 동네 사람들은 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더 칭찬하기 시작했다.
“눈같이 새하얘!”
“아유, 사람이 아니라 요정 같아!”
“저런 절세의 미녀는 백년에 한 번 날까말까 할 거야.”
“하늘의 복으로 타고 난 거여!”
이후, 미녀는 하얀 피부를 가졌다는 뜻인 백피라고 불리면서 미녀로서의 명성을 오히려 더 해나갔다. 그리고 백피와 백피 아버지 사이의 밤행각은 하루도 빠짐없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왜 이렇게 죽는데 오래 걸려?’
금햇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남편이 팥앨과 같이 집을 비운 틈을 타서, 금햇은 비소가 잔뜩 들어간 주먹밥을 만들었다.
“백피야 나들이 가자.”
“나들이요? 아이 좋아!”
그리고, 금햇은 하인들에게 일을 시켜 집을 비우게 한 후,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백피의 손을 잡고 산으로 올라갔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자 금햇은 백피를 앞으로 걸어가게 한 뒤, 집에서 가지고 온 소금 주머니를 꺼내 백피를 따라가면서 소금을 조금씩 땅에 뿌렸다.
“백피야, 목이 마르다. 저기 가서 물 좀 받아 오거라!
“예, 어머니!”
깊은 산속은 해가 빨리 기울었다. 금햇은 딸이 사라지자마자 비소를 넣어 만든 주먹밥 보자기를 내려놓고, 소금 뿌렸던 길을 따라서 산을 내려왔다. 금햇은 백피를 깊은 산중에 버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내가 오면서 소금 흔적을 없앴으니 이렇게 깊은 산속에서 혼자 길을 찾아 집으로 돌아오기는 불가능 할 거야!’
집으로 돌아 온 금햇은 오랜만에 마음의 평안함을 느꼈다.
이윽코, 백피가 물을 들고 돌아왔다. 하지만, 어머니가 있던 자리에는 주먹밥을 싼 보자기만이 있었다.
“짐승에게 잡아먹히셨나?”
백피는 보자기를 들고 숲속을 헤매고 다녔다. 한참 후, 피곤해진 백피는 그 자리에 앉아서 잠에 빠져버렸다.
난장이
다음 날, 해가 떴다.
“살아있어?”
“숨은 쉬고 있는데?”
“사람 같아?”
“사람치고는 피부가 너무 하얗잖아.”
“사람이 아니라서 숲속에 버렸나봐!”
“인간들은 요괴들을 산속에 버린다고 하더라!”
“아니야, 화형 시킨다고 했어!”
“그럼 이건 뭐지?”
“내가 알아? 나도 처음 보는데!”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조그만 아이들이 눈을 말똥말똥 뜨고 백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黃土白空황백 ⓒ All Rights Reserved
